만 보라는 숫자를 우리는 오래 믿었어요. 어디서 왔는지 물어본 적은 없고요. 그런데 다른 숫자를 가리키는 자료가 나왔길래 들여다봤어요.
걸음 수를 세 번 쟀어요
이탈리아 모데나 레조에밀리아대의 마르완 엘 고흐 교수팀이 지난 5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에서 결과를 냈어요. 무작위 대조시험 열여덟 편을 살펴 그중 열네 편을 최종 분석했고, 참가자는 3,758명이에요. 평균 쉰세 살, 평균 체질량지수는 31이었고요.
이 연구가 남달랐던 건 재는 시점이에요. 살 빼기 전, 평균 7.9개월이 걸린 감량이 끝났을 때, 그리고 다시 평균 10.3개월이 지났을 때. 이렇게 세 번 걸음 수를 쟀어요.
결과는 예상과 달랐어요. 살을 빼는 동안에는 많이 걷는 사람이나 적게 걷는 사람이나 빠지는 폭이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걷기가 확실한 차이를 만든 건 살을 다 뺀 뒤부터였어요.
걷기를 포함한 생활습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살을 빼는 동안 하루 평균 8,454보를 걸었고, 다 뺀 뒤에도 8,241보를 이어갔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7,180보로 시작할 때와 거의 같았고요. 체중은 감량기에 4.39%가 빠졌고, 열 달이 지난 뒤에도 3.28%가 남아 있었어요.
1,000보의 정체
두 집단의 차이는 하루 1,000보 남짓이에요. 보통 걸음으로 십 분쯤 되는 거리죠.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운동을 시작한 사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요.
비슷한 결이 다른 자료에도 있어요. 미국 국립체중조절등록소에 등록된 사람들, 그러니까 13.6kg 이상을 빼고 1년 넘게 유지한 1만여 명 중 90%가 하루 한 시간쯤 움직인다고 답했어요. 가장 많이 꼽은 운동은 특별한 게 아니라 걷기였고요.
연구팀이 권한 숫자는 8,500보예요. 엘 고흐 교수는 하루 걷는 걸음을 8,500보까지 늘리는 것이 체중이 다시 느는 걸 막는 간단하고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이라고 했어요. 체중을 지킨 사람들이 실제로 걸은 걸음 수가 8,454보와 8,241보였고요.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의 대부분이 몇 년 안에 되돌아온다는 걸 생각하면, 이 열 달의 기록이 왜 중요한지 알 것 같아요.
오늘 해볼 것 하나
하루를 세 조각으로 나눠 걸어보세요. 출퇴근 도보 20분, 점심 뒤 15분, 저녁 20분이면 8,500보 언저리가 돼요. 한 번에 다 채우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리고 목표한 체중에 닿은 다음에도 이 걷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 그게 이 연구가 알려준 진짜 요령이에요.
Editor. 하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