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는 늘 둘 중 하나였어요. 커피를 마시고 버티거나, 잠깐 눈을 붙이고 나머지를 감당하거나요. 그런데 이 둘을 같은 20분 안에 포개 놓은 연구를 읽고 나서, 오후 일정 하나가 바뀌었어요.
열두 명의 운전자
1997년 영국 러프버러대 수면연구소의 레이너와 혼 교수 실험이에요. 졸음에 약한 참가자 열두 명에게 세 조건을 번갈아 주고, 매번 두 시간짜리 단조로운 주행을 시켰어요. 카페인 200mg만 마신 날, 15분 낮잠만 잔 날, 카페인을 마시고 곧바로 잔 날이요.
카페인과 낮잠을 함께 한 날은 오후에 몰리던 사고가 사라졌어요. 사고 건수는 가짜 약을 먹은 날의 9% 수준이었고, 커피만 마신 날은 34%였고요. 커피만 마실 때와 견주면 대략 4분의 1로 줄어든 셈이에요.
왜 하필 20분일까요
여기가 캐러셀에 다 못 담은 대목이에요. 깨어 있는 동안 뇌에는 아데노신이 쌓여요. 이 물질이 제자리에 가서 붙으면 졸음이 밀려오고요. 짧은 잠은 쌓인 아데노신을 어느 정도 걷어내요. 그리고 카페인이 머리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20분이에요. 자는 동안 자리가 비고, 깰 즈음 카페인이 그 자리에 도착하는 구조죠.
20분을 넘기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깊은 잠으로 들어갔다 깨면 한동안 더 멍한데, 이걸 수면 관성이라고 불러요. 2003년 히로시마대 하야시 교수팀은 20분 낮잠 직전에 마신 카페인이 이 구간을 덜어준다고 보고했어요. 2006년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프랑스 연구에서는 실제 밤 고속도로에서도 커피도 낮잠도 각각 주행을 뚜렷하게 안정시켰고요.
오늘 해볼 것
커피를 5분 안에 다 마시고, 바로 20분 알람을 맞춘 뒤 눈을 감아보세요. 잠이 안 들어도 괜찮아요. 눈만 감고 있어도 도움이 돼요. 다만 시작 시각은 늦어도 오후 2시까지가 좋아요. 잠들기 8.8시간 안쪽에 마신 커피 한 잔은 그날 총 수면시간을 줄이거든요.
Editor. 하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