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속도 : 마흔의 보폭이, 뇌가 버티는 힘을 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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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2026.07.30

걷는 속도 : 마흔의 보폭이, 뇌가 버티는 힘을 정해요

© 도윤

빨리 걷는 사람을 보면 보통 두 가지를 떠올려요. 다리가 튼튼하거나, 성격이 급하거나. 그런데 최근 연구를 읽다가 셋째 이유에 밑줄을 쳤어요. 걷는 속도가 뇌 나이를 보여준다는 거예요. 그것도 여든이 아니라, 마흔 언저리부터요.

마흔다섯, 이미 갈리기 시작해요

뉴질랜드에서 같은 사람 1,000여 명을 45년간 따라간 연구가 있어요. 45살 시점의 걷는 속도만 봐도, 느리게 걷는 사람일수록 뇌가 더 작고 얼굴도 더 나이 들어 보였죠. 세 살 때 받은 지능 검사 점수까지 중년의 걷는 속도를 어느 정도 예측했고요. 걷는 속도는 다리가 아니라, 몸 전체가 늙는 속도를 보여주는 눈금인 셈이에요.

병이 없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

미국 콜롬비아·스토니브룩·아인슈타인 의대 연구진은 80살 넘은 3,989명을 5년간 지켜봤어요. 또래보다 눈에 띄게 빨리 걷는 상위 9%, 연구진이 '슈퍼무버'라 부른 이들은 인지저하 위험이 절반이었죠. 진짜 반전은 부검에서 나왔어요. 슈퍼무버의 뇌에도 치매를 부르는 흔적(플라크와 엉킴)은 똑같이 있었거든요. 학자들은 이걸 '인지 예비능'이라 불러요. 병을 막는 게 아니라, 병이 있어도 버티는 힘이에요.

반가운 건, 이 힘이 타고나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나이 든 분들을 1년간 꾸준히 걷게 했더니 기억 담당 부위인 해마가 2% 자라, 뇌 나이를 1~2년 되돌렸다는 연구도 있거든요. 시작이 빠를수록 예비능은 더 두꺼워지고요. 그러니 오늘은 산책 속도를 아주 살짝만 올려볼까요. 심장이 조금 빨라지고, 옆 사람과 말은 되는데 노래는 벅찬 정도면 충분해요. 걷는 속도는 다리가 아니라, 뇌가 버티는 힘의 눈금이니까요.

Editor. 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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