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 편을 3시간 요약본으로 보고 나면, 이상하게 개운하기보다 조금 헛헛할 때가 있어요. 시간은 분명 아꼈는데, 무엇 하나 깊이 남지 않은 기분이요. 그 감각의 정체가 궁금해서 들여다봤어요.
왜 빠른 재미에만 반응하게 될까
우리 뇌는 새롭고 강한 자극을 만나면 도파민을 내보내요. 문제는 뇌가 이 자극에 금세 익숙해진다는 거예요. 같은 세기로는 더 이상 예전만큼 반응하지 않죠. 짧고 빠른 영상은 이 과정을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시켜요. 그렇게 반응의 기준선이 조금씩 높아지면, 느리게 흐르는 영화나 책은 자극이 약하게 느껴져요. 게으름이 아니라, 뇌가 새로 배운 속도의 문제예요.
잃은 건 시간이 아니라 감각이었어요
삼성서울병원 최정석 교수는 이 상태가 이어지면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잘 못 느끼게 된다고 말해요. 배속으로 아낀 시간의 반대편에서, 천천히 걷는 산책이나 창밖을 보는 시간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거죠. 다행히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손을 직접 쓰는 아날로그 활동, 그러니까 종이책을 넘기고 무언가를 손으로 적고 악기를 만지는 시간이 흩어진 집중을 다시 모아준대요. 화면 없이 손이 바빠지는 동안, 뇌는 빠른 자극 대신 느린 결을 다시 익혀요.
오늘은 영상 하나쯤 배속을 풀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흘러가게 두는 건 어떨까요. 밥 먹을 땐 화면을 잠깐 끄고 맛에만, 산책 10분은 이어폰 없이 걸어보고요. 하루 한 조각만 실시간 속도로 돌려놓아도, 잔잔한 재미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와요.
Editor.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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