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 : 게으름이 아니라, 아홉 갈래로 나뉘는 마음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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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2026.07.30

미루기 : 게으름이 아니라, 아홉 갈래로 나뉘는 마음의 습관

© 서하

할 일을 앞에 두고 다른 일부터 손대는 자신을, 우리는 오래 게으름이라 불러왔어요. 그런데 미루기를 파고든 연구들은 조금 다른 지도를 그립니다. 그 지도를 천천히 따라가 봤어요.

미루기는 게으름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였다

2013년, 심리학자 시로이스와 피칠은 미루기를 '시간 관리 실패'가 아니라 '기분 관리'로 다시 정의했어요. 하기 싫은 일 앞에서 올라오는 지루함이나 불안을 당장 덜어내려고 일을 미룬다는 거죠. 문제는 그 안도감이 잠깐이라는 데 있어요. 미룬 일은 죄책감이 되어 돌아오고, 그 감정이 다시 미루기를 부릅니다.

뇌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쉬워요. 감정을 다루는 변연계와 계획을 세우는 전전두엽이 줄다리기를 하는데, 불편한 과제 앞에서는 당장의 편안함을 좇는 쪽이 이기기 쉽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귀찮은 일을 '미래의 나'에게 넘겨버려요. 연구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미래의 자신을 종종 남처럼 대합니다.

그래서 처방도 아홉 갈래여야 했다

케임브리지대의 이타마르 샤츠는 수백 편의 연구를 모아, 미루는 사람을 아홉 가지 유형으로 나눴어요. 완벽하지 않을까 봐 못 하는 완벽형, 실패가 두려운 비관형, 통제받기 싫은 반항형, 자꾸 딴 데로 새는 지그재그형, 그리고 미래만 그리는 몽상형, 마감의 스릴을 기다리는 스릴추구형, 지금의 즐거움을 못 미루는 쾌락형, 이미 소진된 번아웃형까지요.

핵심은 처방이 유형마다 달랐다는 점이에요. 반항형에게 '더 노력하라'는 말은 오히려 반발을 부르니, 남의 기대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유를 찾게 돕는 편이 낫습니다. 산만한 쪽은 계획을 잘게 쪼개고 방해 요소를 치우는 게 먼저고요. 완벽형에게는 '완벽하지 않은 진전도 진전'이라는 한 줄이 문을 엽니다.

그러니 오늘은 자신을 게으르다 부르기 전에, 내가 어느 문 앞에 서 있는지부터 가만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방식을 알면, 빠져나올 문도 보이니까요.

Editor.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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